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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김지헌
2015/04/29 3201

어른이 된다는 것
-김지헌

“님 상투를 튼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게 아니야 새끼를 낳아서 길러봐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야.”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님님 거리며 반말 반 존댓말 반으로 대화 나누던 전 직장 동료가 나에게 던진 말이다. “아이고 그래서 어른이 그리 빨리 되고 싶어서 결혼 6개월 만에 애를 낳으셨습니까” 하고 대꾸를 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 말이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아마도 가정을 꾸린 것 만으로도 뭔가 대단한 걸 해낸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이 말이 다시 기억 속에서 떠오른 건 첫째 녀석이 태어나고 어느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이다. 나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즐거움과 기쁨을 줬던 우리 아들 녀석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이 무거운 짐은 아들 녀석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에 반비례 하지 않았다. 기쁨이 커지는 만큼 그 짐의 무게도 무거워졌다.

아들 녀석이 아빠 소리를 처음 하기 시작했을 때 기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내 표정에서 우리 부모님도 이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구토를 하는 딸애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할 때 어릴 적 팔이 부러진 나를 들쳐 메고 응급실로 향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계좌 비밀번호가 나처럼 당신 자식의 생년월일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그와 내가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자식을 키우면서 나의 부모를 생각하게 되고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군 제대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대형마트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대학생의 사연에 죽은 학생도 불쌍하지만 자식에게 등록금 못 대줘 사지로 보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을 그 부모는 어떻게 버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애 가진 동생 돌봐주다 화재로 동생과 같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그 남매, 그리고 그렇게 새끼 둘 남겨두고 맞벌이를 해야 했던 그 부모는 무슨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내 자식들이 갇혀 있던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 부모들의 처참함도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나와 내 아내가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걱정과 우려, 기쁨과 웃음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들 역시 그와 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아는 데 36년이 걸렸고 그제서야 비로소 어른이 될 준비가 끝이 난 것이다.
지금도 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같이 성장해 가고 있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어른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끼를 낳아봐야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의 의미도 알게 됐다.
아마도 나 역시 가까운 누군가에게 같은 말을 전하게 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전달받은 그 누군가도 나와 같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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