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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아 반갑다. 정경식
2010/05/19 17219

지리산 종주. 항상 해보고 싶었지만 이제서야 용기 내어 실천했다.
시작이 어려웠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순탄 그 자체였다.
5월 15일 아침 9시 30분에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를 탔다. 인원은 나와 나의 파트너 양여사.
버스가 출발하자 마자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물론 나의 양여사도 마찬가지 였다. 난 많이 피곤했고 양여사는 어제 친구 생일모임에서의 과음으로 속이 불편한가 보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내색도 못하고 끙끙 않기만 한다. 아침6시에 못 일어났으면 나 혼자 가려 했다.
한참을 달려 구례터미널에 내렸다. 국도로 들어서면서 버스가 요동치니 양여사 속이 더 거북했나 보다. 성삼재로 가기 전 20분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라면에 김밥을 먹기로 했다. 아줌마가 양여사 속을 알았는지 아님 원래 레시피가 그런 건지 몰라도 라면에 청양고추를 넣어 주었다. 알싸한 맛이 술 안 먹은 내 속이 다 시원하다. 고불고불 성삼재로 버스는 내 달린다. 손님도 몇 명 안되 심심 했는지 운전기사의 구라 섞은 뻥이 나를 웃긴다. 중간에 문화재 관람료인지 유지비인지 모르는데 1인당 1600원을 내란다. 난 아무 말없이 주었다. 난 착하니까? 우여곡절 끝에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종주가 시작된다. 가볍게 오르면서 지리산 지도가 그려진 수건 하나를 샀다. 기념품으로. 1시간 정도 오르고 나니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후 4시쯤 였던가? 버너 코펠에 쌀을 넣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내일은 새벽부터 강행군 해야 하니까? 식사 후 노고단 언덕으로 산책을 나갔다. 오르면서 이런 저런 얘기 그리고 지난번 산행얘기, 오랜만의 장거리 산행에 대한 설렘을 얘기하며 노고단 언덕에서 내려와 잠을 청했다. 참고로 대피소는 원칙적으로 남녀를 따로 취침하게 한다. 그리고 저녁 9시에 소등하며 다음날 산행은 일출 2시간 전에 허용한다. 8시부터 침실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설렘과 사람들의 움직임, 여러 사람의 부스럭 대는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이 지나감을 느꼈다. 3시 몸을 일으켜 침낭을 챙기고 배낭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저녁에 밥을 밥통에 남겨두었다가 라면을 끊여 밥을 먹었다, 그리고 대장정은 시작됐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시작하여 피아골 삼거리(2.8) 그리고 노루목(1.7) 화개재(1.8) 연하천 대피소(4.2) 벽소령 대피소(3.6KM).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도착시간은 11시 20분. 점심으로 3분 요리에 어제 저녁에 만들어 놓은 도시락을 먹었다. 소포장 김치는 익을 대로 익어서 빵빵해 졌다. 2개중 하나는 먹고 나머지 하나는 저녁에 김치 찌개를 만들기로 했다. 식사 후 약간의 휴식(약30분) 12시 30분 단체로 온 아줌마 아저씨들의 떠드는 소리에 발길을 재촉했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는 6.3KM 시간은 약3시간 30분을 예상했다. 하지만 뜨거워진 햇빛과 날씨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산행이어서 인지 스피드가 처지기 시작했다. 양여사도 지친 모습이 보이고 힘들게 산을 넘어 넘어 세석 평전이 있는 세석 대피소에 도착했다. (총20.4km) 저 멀리 철쭉이 만발했다. 또 저녁밥을 해야 하는데 어제는 밥을 물에 담가놓지 않아서 인지 밥이 설익었다. 그래서 오늘은 밥을 하기 전에 미리 담가 놓기로 했다. 그리고 푹 익은 김치를 찌개로 만들기 위해 물과 참지를 넣고 김치와 함께 끊였다. 여기에 라면 사리도 1개 넣고 그리고 밥과 함께 저녁 식사 그리고 내일 먹을 (아침) 도시락까지.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니 어둠이 밀려왔고 다시 우리는 일찍 자기로 했다. 아침 일찍 출발을 위해. 밤새 술 먹고 떠드는 사람, 화장실 가는 사람,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이 때문에 역시나 도 잠을 설쳤다. 새벽3시 어김없이 잠에서 일어나 채비를 챙겼다. 일출을 볼 욕심에 새벽부터 달리기로 한 것이다. 3시 30분 출발하여 장터목(3.4) 이 곳에 짐을 내려 놓고 천왕봉으로 향했다. 하지만 중간쯤 갔을까? 동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5.1km를 2시간에 주파한다는 것은 무리였나 보다. 이 무모한 도전에 양여사는 금새 지쳤다. 어제의 피로의 오늘의 무리가 무척이나 힘들었나 보다. 연신 “힘들어”을 남발한다. 천왕봉에서 해돋이를 보지는 못했지만 서로에게 말한다. “수고했고 당신이 자랑스러워” 라고 기쁨도 잠시 한국인 들이 죽고 못사는 비석에서의 기념사진 한컷을 찍고 부지런히 장터목 대피소로 내려 온다. 배도 고프고 피곤도 몰려오고. 장터목에서 아침을 만들었다. 아침 메뉴는 라면과 짜장. 식사 후 30분 정도 눈을 붙였다. 꿀 같은 단 잠을. 그리고 8시 다시 하산길을 준비한다. 장터목에서 백무동까지는 5.8km. 이걸로 지리산 종주는 끝난다. 홀가분하면서도 몸은 무거웠다. 새벽 부 터의 무리가 바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산 길에 지난번 백두대간 1회 코스 하산 중 후미에 김민수 상무님을 모시고 내려왔던 생각이 났다. 그때 서로에게 했던 얘기. 그대는 힘들었지만 지금에서는 추억이 되어버린 얘기. 지금 나와 양여사가 힘들게 내려가는 이 길이 며칠 후가 되면 추억이 되리라. 백무동에 다 내려와 백무동 탐방 센터에 종주했는데 도장 안 찍어 주냐고 물으니 그것이 없어졌단다. 대신 마음속에 도장 찍고 기념 책자나 가지고 가란다. 아 옛날엔 종주하면 도장 찍어 주었는데.. 아쉽다. 주차장에 내려와 버스에 올라탄 후 지난 2박 3일을 정리한다.
총 거리 35.5KM 총 시간 18시간 종주의 의미도 있지만 나 스스로의 도전에 승리했다는 기쁨이 컸고 다음엔 3박4일로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46.2KM에 도전하고 싶다. 아님 이번에 도전한 코스를 1박2일로 한번 해 볼까나. 나마스떼! (나는 당신을 경배합니다.)
Purple Culture 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알찬 주말 지리산 종주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