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저자 : 우에노 치즈코/이승희 역
출판사 : 녹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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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우에노 치즈코 저 박수아
사회주의 여성해방론과 급진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한데 뒤섞인 상태에서 자신이 바라는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권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고민하고 싶었지만, 쉽게 엄두 낼 수 없는 주제 두 가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내세워 엄청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먼저 ‘가부장제’를 통해서는 여성해방에 대해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자본주의’를 통해서는 근대 사회의 구조라고도 볼 수 있는 자본주의가 실제로는 여성을 어떻게 소외시켰는가에 대해서 밝혀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저자인 우에노 치즈코 교수는 도쿄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 연구자이면서 여성학 연구자다. 그의 저서로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인 조한혜정씨와 저자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서 만든 <경계에서 말한다>, 여자가 살아가야할 방법과 방향에 대해서 논의한 <여자놀이>등이 있다. 저자의 저서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이 책과 다른 저서들로 판단해 볼 때, 여성해방문제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사람임에 틀림없음을 알 수 있다. 들어가기 전에 이 책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시작한다면 이 책은 먼저 서두에서 마르크스주의에서 페미니즘이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후에 마르크스주의를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비판을 하고 여성이 제공하는 가사노동을 우리 사회(근대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가 그 동안 얼마나 무시해왔는가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즉, 여성이 가사가 아닌 다른 일에 종사했을 때, 흔히 말하는 얻을 수 있는 능력과 여성이 가사에 종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능력을 비교해가면서 전자에 더 큰 가치를 두던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가사노동을 무시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다시 책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 보자면, 가부장제의 정의를 여러 사람들의 정의를 예로 들어 그 의견을 종합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저자가 앞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가부장제에 대한 이해의 범위와 폭을 독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 1부의 이론을 지나 제2부의 분석편을 진입하면 가족이 재편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먼저,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가졌을 때, 회사를 그만두고(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소득을 얻기 위한 행동을 포기하는 행동)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따른 남성과 여성의 소득의 차이를 밝히고 있다. 또한 육아전담기간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사회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어머니의 육아휴직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가족의 재편‘의 후반부에서는 육아에 따른 휴직-재취업을 여성들에게 종용하여 남녀의 임금 차이를 벌리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여성 노동자 전체의 임금수준을 낮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책의 맺음말에서 페미니스트의 선택이라고 밝힌 내용은 사실상 대부분의 여성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경험을 남성의 언어로 이야기하는”것이 아니라 “남성이 하고 있는 일을 여성의 언어로 상대화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한계, 그보다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아래 정의되어진 여성의 경험은 그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일전에 시장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밝혀낸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부장제 분석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사실 중 하나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에 비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즉, 그는 시장의 외부를 분석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노동자가 유통되고 있지만 되지만, 정작 이들 노동자가 재생산되는 것은 ‘자연적인 것’, ‘본능에 의한 것’으로 뭉뚱그려져 있다. 그러나 분명 이 영역을 담당하는 노동 역시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가사노동이다. 가사노동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중요한 재생산 과정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무불노동 즉, 임금을 받지 않는 노동이다. 그 이유는 가사노동이 시장 밖의 ‘사적’인 영역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에 대한 보수는 단지 임금노동자인 가부장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로 대체된다.
이 책은 이렇다. 가부장제를 독립된 영역으로 이론화하고 그 이론을 통해 일본사회의 여성억압에 대해 심층 분석한 저서. 짧게 한 줄로는 표현할 수 있지만 5줄로는 표현할 수 없고 1장으로는 더더욱 표현할 수 없는, 가장 단순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진 것뿐이겠지만 저자와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그 길에는 내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여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었고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남성을 위한 사회가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가 있었다. 어쩌면 길이라는 말 그대로 내가 디뎌야만 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확은 이 모든 것을 내가 그리고 내 친구들이 깨달아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차별대우를 받고 싶지 않은 이유는, 아니 여성이 차별대우를 받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소중하니까 존엄하니까 사람이니까 그저 좀 더 사람답게 대우받고 싶은 작은 소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