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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논픽션] 디아스포라 기행 박수아
2007/06/28 88683

디아스포라 기행
저자 : 서경식/김혜신 역
출판사 : 돌베개
디아스포라 기행

박수아

지금까지 한국에서만20년 넘게 살아온 저에게 국가에 대한 고민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단일민족이라는 잘못된 신화를 너무 믿었는지 모든 사람에게 모어와 모국어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대문자 Diaspora는 '이산'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이며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유대인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인, 팔레스타인인 등 다양한 '이산의 백성'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소문자 diaspora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식민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군사정권에 의한 정치적 억압을 통해 많은 사람이 한국을 떠나 세계 각지로 이산했다고 하면서 저자는 스스로를 코리안 디아스포라 라고 말합니다.
저에게 '재일 조선인', 혹은 '재일 한국인'을 구별하는 분류방법은 좀 어색했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저에게 재일 조선인이라면 조총련이 연상되며 북한사람이란 이미지가 강하고, 재일 한국인이라야 남한사람이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렇더군요. 하지만 저자는 이런 분류를 "재일 조선인이 형성된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라 말합니다.
그 동안 모르고 지내던 부분이라 조금 충격 받기도 해서 그런지 책 내용을 전부 옮겨보고 싶지만 옮기기에는 너무 길기 때문에 정리해보면,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1910년 이후 조선인은 일본인과 똑같은 천황의 '신민'이 되어 일본 국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건너간 셈이지요. 그런데 1947년, 재일 조선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외국인 등록령이 선포되면서 자신의 국적을 써넣어야 했습니다. 당시 많은 재일조선인은 국적란에 '조선'이라고 썼습니다. 당시에 이미 조선이란 국가는 없었으니 조선이란 국가의 국민이란 의미가 아니라, 조선반도 출신, 조선 민족의 일원이라는 의미로 국적이 아니라 민족적 귀속을 나타내는 기호였습니다.
1948년, 한국은 '대한민국'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분단되었습니다. 그리고 1952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때 재일조선인들은 일본 국적 상실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습니다. 강제 연행된 사람들, 그 자손들 모두 한 순간에 무국적자가 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일조선인 가운데 국적란을 '조선'에서 '한국'으로 고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재일한국인의 대부분은 남쪽출신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일본은 1965년 한일조약을 체결하며 한국만을 상대로 국교를 맺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국적'과 '조선적'간에 차별을 두며 '조선적'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지극히 불안정한 법적 지위를 강요하였던 겁니다. 오늘날까지 '조선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일부는 스스로 북한의 국민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본시 조선은 하나'라는 생각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사람들, 등 여러 가지 입장이 뒤섞여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자가 특별히 '민족'적이거나 '애국'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김지하가 국수주의자로 돌변한 것을 안타까워 하지요. 저 같은 경우 한국인으로 한국에 사는 것을 전혀 특별한 것으로 생각해보지 않으며 차별 받지 않았지만 저자는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면서 받았을 차별과 소외감, '나는 누구인가'하는 의문이 계속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디아스포라인 것이죠. 의도하지 않은 채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밖에 모르고, 여기밖에는 집이 없고, 직장이 없고,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는, 다시 말해 삶의 기반이 일본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특수한 상황 속에 놓인 저자가 런던, 광주, 잘츠부르크, 파리 등을 돌아다니며 각지의 디아스포라가 남긴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본편입니다. 본편의 내용을 보면서 작가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해보고,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프롤로그에서 받은 느낌 때문인지 본편은 좀 짧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프롤로그에서 약속한 이야기들을 다 펼치지 못한 채 끝나는 에필로그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저자의 삶을 그대로 적은 것은 사실적이었지만 일반화시킬 여지를 남긴 것은 처음 작가의 의도와 어긋난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디아스포라에게는 삶의 기반도 삶의 안식처도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내셔널리즘의 둘레 안에서만 삶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볼 때, 우리 또한 '국가'에서 쫓겨나 헤매며 상처받는 디아스포라가 아닌가 합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세계적인 부호 록펠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