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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 민병우
2007/06/28 39827

외로움
저자 :
출판사 :
외 로 움

민 병우

우리는 가끔 또는 종종 외로움을 느낍니다. 외롭다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힘듭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주변에 아무도 없는 느낌, 나 혼자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느낌, 누구도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느낌, 내가 속한 사회적인 집단인 가족, 친구, 직장에서 떨어져 홀로 있는 느낌 등 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원하던 원치 않던 사회적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태어나자 마자 처음으로 맺는 관계가 부모자식간입니다. 점차 자라면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조금 더 나이가 먹게 되면 그 관계는 폭넓게 증가합니다.
중고등학교 동창이 생기고, 또 연인을 만나기도 합니다. 직장에 취직해서는 직장동료를 만나고, 직장상사로서 또는 부하직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남편으로, 나중에는 아버지로서, 또는 어머니로서 자식과 관계를 맺습니다.

인간관계는 넓히면 넓힐수록 점점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관계가 무궁무진합니다. 같은 고향사람들로 이루어진 향우회의 임원이 되기도 하고, 동창회의 간부가 되어 친구들을 모이게 하는데 수고를 하기도 하고, 동네 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동네 사람들과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인지라, 이런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으며, 이런 관계에서 인간은 상처도 받지만,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많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떤 모임에 가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농담을 하며 기쁜 시간을 가졌지만, 집에 돌아와 세수를 하고 세면대 거울을 보는 순간 갑자기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쁨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런 외로움이 싫어 항상 누군가를 자신의 곁에 두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겁니다. 인간이 가진 실존적인 외로움이 참기 힘든 겁니다.
결국 어떤 사람도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며, 내게 닥친 문제는 아무도 대신 풀어줄 수 없다는 것, 느닷없이 밀려오는 인생이 가진 공허감과 허무함을 참기 힘든 겁니다.
이때 많은 이들은 누군가 내 곁에 있어준다면 이런 문제가, 이런 외로움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연인을 항상 자신의 곁에 두려합니다. 언제든 자신이 연락하면 달려와야 하고, 언제든 자신이 부르면 자기 곁에 달려올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막상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만났을 경우, 좀체로 상대방을 보내려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가야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계속 붙들어 두려합니다.

이런 외로움은 사랑의 감정으로 포장된 채 대개 표현됩니다. 항상 연인과 떨어지기 싫고 같이 있고 싶다는 감정입니다. 연인이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헤어지려 해도, 그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꼭 자신의 곁에 두고 외로움을 견디려는 것은 결혼생활에서도 반복됩니다.
결혼을 해서 한 집에 살더라도, 인간이 가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고 부정하고 싶어 항상 아내는 또는 남편은 배우자가 자신과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말에도 배우자가 자신을 남겨두고 혼자 놀러가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건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같이 있는다고 해서 그 외로움은 해결될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같이 있는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마음에서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에 같이 놀러갔다고 합시다.
하지만 배우자가 아주 즐거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왜 자신과 같이 있는데 즐겁고 행복하지 않느냐고 따지기도 합니다. 아니면 나를 배려한다면 좀 즐겁게 하루를 보내 줄 수 있는 성의도 없냐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물론 우리가 인간관계속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 법입니다.
지나치게 인간관계속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하려하고, 모든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인간이 가진 외로움은 이런 관계속에서 어느 부분 완화되고, 희석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안고가야 하는 외로움은 그냥 외로움일 뿐입니다.
어린시절 우리가 처음으로 상처를 받는 것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아무리 하기 싫어도 내 손으로 많은 걸 해야만 합니다.
이전에는 부모가 내가 힘들었던 것, 하지 못했던 것, 내가 하기 싫었던 것을 대신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부모와 자신사이에 분리감이 없었습니다. 그냥 부모와 자신은 하나라고 착각하면 살아왔던 것입니다.

자신만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부모와 자신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존재라는 자각을 합니다. 그런 분리감이 인간을 외롭게 합니다. 내가 홀로 서야 하고, 내가 혼자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있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외로움을 더욱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생기는 소소한 문제들,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선생님에게 잘보이고 싶지만 제대로 자신의 능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열등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아무리 어린이라고 해도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없다는걸 깨닫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 이 모든 어려움을 내가 다 풀어내야 하는 구나. 내가 안고가야 하는 구나.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구나.”하는 생각들이 이제 마음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런 외로움은 어른이 될 수록 점점 커지게 됩니다. 물론 그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또는 눈가림하기 위해 일부러 바쁘게 지내기도 하고, 많은 대인관계속에 숨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로움은 숨어 있다가 문득 문득 고개를 쳐들고 우리를 어김없이 방문합니다.
“나는 이 세상에 혼자 있어, 누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구나, 누구도 나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이런 곤란한 선택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구나, 사랑하는 부모님, 연인,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인생이란 이렇게 홀로 가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흔히 외로움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외로움은 그냥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하는 타고난 감정인데 말입니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을 가질 수 있었고, 또 눈물을 흘릴 수 있었듯이 외로움도 그냥 존재하는 감정입니다.

외로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고, 심지어 즐길 수 있다면, 또 다른 축복이기도 합니다. 외로움이야 말로 자신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자신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이 가진 감정, 자신만이 가진 취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외로움입니다.

우리는 외로움을 느낄 때 자신 안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외로운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거들떠 보려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관계속에서 자신이 매몰된 채 지낼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관계가 너무 많고, 그것을 지나치게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니, 자신을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누구의 아들,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아내, 어느 직장의 과장, 누구의 친구, 누구의 동생 등, 모든 관계는 타인 지향적인 것 들 뿐입니다. 그리고 나란 사람은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것에 의해 규정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입니까?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이런 의문들은 외로움을 통해서만 풀 수 있는 것입니다.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는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자각을 합니다.
그래야 이제까지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대인관계속의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겁니다. 그동안 남을 위해, 또는 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또는 사회가 정한 틀에 맞추기 위해 살아오느라 잊었던 나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외로움이 찾아줍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거기에 도취되어 지내고, 다른 사람의 칭찬에 우쭐해 하고, 비난에 금방 위축되어 버리기만 했던 타인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외로움입니다.
이 세상에 나만 홀로 존재한다는 절실한 느낌이 들 때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누구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으며, 누구의 기대에 맞춰서 살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그렇게 외로움은 외부와 나를 차단시켜줍니다. 그리고 깊은 외로움은 이제 본격적으로 내 자신에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남과 어떻게 다른지 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외로움이 몰려왔을 때 푹 빠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외로움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우리는 내 자신 안에 숨겨진 많은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의 시간도, 인간관계를 맺는 시간만큼 중요합니다.

혼자서 산책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짧은 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항상 남과 같이 했던 일들을 혼자 해보는 겁니다. 혼자 커피숍에 앉아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창피해서 하지 못했던 혼자 영화보기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외로움은 내 친구가 되어줍니다. 외로움은 내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그동안 관계 속에서 지쳤던 나를 쉬게 해주는 편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가끔 우리는 혼자놀기에 빠져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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