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과 칼집
저자 : 한홍
출판사 :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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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렵지 않은 책이어도 한번에 읽지 않게 되는 책이 있다. 중간에 흐름이 깨어지더라도, 앞서부터 다시 읽더라도, 시간을 들여서라도 반복적으로 곱씹게 되는 책 말이다.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나게 된 것 같다. 구입한지는 한참 되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하나의 비밀을 찾아나가듯이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칼과 칼집’이라는 책이다. 온누리 교회의 목회자로 그리고 리더십 강의자로 정말 이 시대를 향한 예리한 칼날과도 같은 말씀들을 들려주고 있는 저자는, 또 다른 저술서인 ‘리더여,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와 함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수많은 실용서들이 넘쳐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내면을 향한 진지한 성찰과 함께 깨달아야할 삶의 본질에 관한 문제를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특히 칼과 칼집이라는 주제를 통해 잘 습득된 개인의 능력과 함께 겸비되어야 할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성품과 태도의 문제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칼의 의미는 컨텐츠, 즉 내용이다. 축척한 지식이며, 연마한 실력이며,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 칼이 어떤 것인가에 달려 있다. 또한 명검일수록 칼집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삐져 나가서 아무것이나 막 베어 버리기 때문이다. 좋은 차일수록 브레이크가 잘 작동되듯이 칼집이라는 것은 칼을 때맞게 휘두를 수 있는 자기 절제 또는 제어장치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잘 다듬어진 칼에 부합되는 더욱 견고하고 안정된 이 칼집에 주목하고 있다. 칼이 실력이라고 한다며, 칼집은 그 실력을 빛을 발하게 하는 우리의 성품과 태도인 것이다. 저자는 이 칼집의 성품을 5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칼집은 겸손이다. 겸손은 나약한 자의 무기력한 선택이 아니라, 강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특히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 겸손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를 겸손하게 해야 한다.
둘째, 칼집은 인내이다. 매미는 한철 울기 위해 애벌레로 7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식물의 성장도 대개 밤에 이뤄지며, 아이들도 주로 잠잘 때 큰다. 인내는 무기력하게 손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최선의 준비를 끝내놓고 앞으로의 움직임을,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셋째. 칼집은 침묵이다. 이 때까지 살아온 순간들을 돌이켜 보았을 때, 꼭 해야 할 말을 못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안해야 할 말을 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클때가 많다. 웅변을 배우기 전에 침묵의 지혜를 몸에 익혀야 한다.
넷째, 칼집은 자기 절제이다. 배가 고프다고 허겁지겁 먹게 되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박수를 쳐준다고 무대에 계속 서있으면 안된다. 속도가 빠를수록 브레이크가 잘 듣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자기 통제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다섯째, 칼집은 부드러움이다. 대가일수록 움직임이 부드럽다. 노하우와 노련미가 느껴진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읽는 내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글이었다. 경쟁사회 속에서 일명 스펙을 키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다. 나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공공부와 평생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영어공부로 머리가 지끈지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칼날을 연마하는 것, 이 시대를 살면서 중요한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으면, 날은 무뎌지고 녹이 슬듯이, 능력과 실력을 겸비하기 위한 노력은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안정된 칼집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올바르게 칼을 사용할 수 없다. 칼을 연마하는 것과 함께 더욱 견고하고 안정된 칼집을 지니기 위해 자신의 태도와 성품을 고르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사람마다 본래의 성격과 품성이 있다.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성과 태도도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이를 위한 노력은 늘 차순으로 밀려났었던 듯 하다.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에 사로잡혀 함께 성숙되어야할 내면의 중요한 것들을 잊고 지내왔던 것 같다. 이 책은 그 말미에서 칼집의 본질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진정한 사랑, 그리고 상대방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의 모습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내면의 스펙’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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