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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가볍지 않은 연애소설~^^ 양승희
2007/11/30 67834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 : 알랭 드 보통
출판사 : 청미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클로이'와 5840.82분의 1의 확률로 옆 좌석에 앉게 된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낭만적 운명론"에 빠져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서로를 이상화하며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며 서로 사랑을 하다가 클로이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어 `나' 를 떠나면서, 사랑은 종말을 맞이한다. 실연을 당한 `나'는 `자살'을 기도하는 등 실연의 상처에 깊게 베이지만 결국 그녀가 없는 삶에 점차 익숙해지고 "사랑의 교훈"을 깨닫게 되어 어느 순간 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평범한 연애소설 같은 제목의 책 이지만 사랑에 대한 고찰과 분석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런 평범하고 진부한 연애담을 이 책에서는 독창적인 사랑 이야기로 돌변한다. 운명적인 만남에서부터 구애 과정, 연인의 이상화, 친밀성, 서로를 알아가는 기쁨, 행복 이면의 두려움, 거부 당하는 사랑, 돌연히 닥친 이별, 이별의 고통과 시련, 비참한 상황에 대처하기까지..

이 책을 읽는 재미는, 흔하디 흔한 사랑의 우여곡절을 꼼꼼하게 따지고 드는 작가의 해석이다. 연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과 그에 수반되는 감정과 생각을 저자는 수많은 문학가와 철학자들의 견해를 끌어들여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노라면 한 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무슨 철학서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저자가 풀어내는 생각들이 너무 현학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것은 저자가 스물 다섯이라는 패기만만한 나이에 이 책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가끔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맥 빠지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고, 누군가와의 만남에 <운명>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은 우연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고 싶어서이며, 사랑을 얻고자 할 때는 자아마저 내동댕이친 채 오로지 상대에게만 집중하지만, 상대로부터 사랑의 보답을 얻게 되는 순간 그/그녀에게 매력을 못 느끼며 달아나려 한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면서 느끼게 되는 심경을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이 늘 상식적인 생각처럼 유쾌한 과정은 아니다 . . . 기분 좋은 유사성과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만큼이나 위협적인 차이와 만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철학적인 사유로 가득하지만, 이 책이 무겁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에피소드 중간중간 등장하는 드 보통의 재치스런 입담은 때때로 옅은 미소를, 때로는 박장대소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재미난 대목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버림을 받고 난 후 화자인 내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었다. 나의 죽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볼 수 없다는 깨달음에 화들짝 놀라 먹은 약을 다 토해 버리는 나, 심각한 자살을 이런 식으로 황당하게 처리하는 작가의 능청스러움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마냥 가볍지도 않고 마냥 무겁지도 않은 이 사랑에 관한 소설은 어느 누가 읽어도 아..맞다…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책 인 것 같다.
이노베이터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턴어라운드 경영의 침체된 조직을 생동하는 조직으로 바꾸는 실천적 개혁 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