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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지니스] 식탁 밑의 경제학 최병국
2007/11/20 58195

식탁 밑의 경제학
저자 :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유주현 역
출판사 : 이콘
영국은 식량으로 세계경제를 재패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우수한 음식문화를 발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홍차의 문화를 이룩했지만 기후가 맞지 않은 탓에 와인도 만들지 못하고, 영국의 빵도 별맛이 없습니다. 오히려 요리가 가장 맛없는 나라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영국은 세계의 식량 생산과 무역을 제패했지만 자기네 땅에서 농산물을 길러 스스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에는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요리 또한 영국의 독자적인 요리를 발전시키려 하지 않고 프랑스 요리 등 다른 나라 요리를 즐기면 그만이라는 태도였습니다.

“음식이 맛없는 나라의 사람은 믿을 수 없다” : 영국이 ‘음식’을 ‘자원’으로 파악하고 식량을 지배함으로써 세계경제를 지배하였다면 프랑스는 음식을 ‘문화’로 파악하여 식문화로 패권을 추구하고자 한 나라입니다. 2005년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영국인을 빗대어 “음식이 맛없는 나라의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하여 물의를 빚은 일이 있습니다. 사실 그러한 사고방식은 프랑스라는 나라의 전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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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는 문화다 : 유럽이 세계를 석권하고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된 이 200년 동안은 프랑스 요리가 발흥하는 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국제 정치의 패권은 유럽과 미국에 있었지만 식문화로서 전 세계에 영향을 준 것은 프랑스 요리였습니다.
프랑스 요리는 한마디로 말하면 ‘음식의 문화’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가 영국, 미국과 다른 점입니다. 음식을 단순히 영양을 취하거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서 파악하는 것이지요. 또한 와인과 요리와의 복잡한 조합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외교상의 미묘한 밀고 당김에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 것입니다

진짜 르네상스는 중국에서 일어났다? : 식문화에서 프랑스보다 한 수 위에 있는 나라는 바로 중국입니다. 최근 150년에서 200년간을 서양의 시대라고 한다면 그 이전은 아시아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보통 역사 시간에 유럽의 르네상스만 배우지만 사실 진짜 르네상스는 중국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지요
‘식(食)’의 풍부함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력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도 막대한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 풍부한 ‘자원으로서의 식(食)’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음식이 곧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화의 정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역사적으로 계속 중국이었으니, 중국인들이 중화사상에 젖어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시스템적 수법을 ‘식(食)’의 분야에까지 가져감으로써 전 세계에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패스트푸드입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육식 문화이지만 스테이크는 서민이 감당하기에 비쌌습니다. 때문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햄버거가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의 맥도날드입니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자 식(食)의 세계도 패스트푸드가 주류인 시대로 바뀌어 맥도날드나 KFC 등의 패스트푸드 산업이 세계로 진출하게 됩니다
한편 패스트푸드는 식(食)에 대한 사람들의 감성을 둔화시켜 식문화를 타락시키기도 합니다. ‘식(食)’의 대량 생산이 문제가 되는 것은 생물을 협소한 공간에서 대량으로 기르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질병이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질병의 만연을 방지하기 위해 농약과 항생물질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섭취한 생물, 나아가 그것을 먹는 인간의 건강을 해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것이 ‘식(食)’의 공업화의 문제점입니다.

일본 음식 붐의 이유

세계 최고의 풍부한 계절감 : 일본 음식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계절감’입니다. 그 계절에 수확한 신선한 식재료를 본래의 맛을 살려 우수한 기술로 정교하게 조리하여 먹는 문화입니다. 봄에는 산채와 죽순, 양배추를, 여름에는 농어나 가자미, 전복이나 장어가 절정이고, 가을에는 연어에 가물치, 송이, 잎새버섯 등의 버섯류를 먹습니다. 겨울은 참치, 아귀, 복어, 게 등 생선이 정말 맛있는 계절입니다
프랑스 요리는 경우에 따라 오래된 생선이나 고기를 얼마나 맛있게 먹게 할 것인가 하는 기술인 반면 일본 요리는 신선한 재료 자체의 맛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기술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같은 요리라도 전혀 개념이 다른 것이지요

‘식(食)’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구 근대문명의 한계와 문제점, 서(西)에서 동(東)으로의 문명 회귀 현상, 즉 ‘리오리엔트’ 현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 비효율적이긴 해도 긴 안목으로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소중히 하는 아시아적 조류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동양 요리의 가치관이 전파되고 있다 : 세계화로 인해 탄생한 새로운 엘리트층은 프랑스 요리에도 동물성지방이 많아 먹으면 살찌기 쉽다고 하여 아시아의 요리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식인들 사이에서 ‘아시아의 음식은 건강에 좋아’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서양요리도 지금 아시아적인 방향으로 접근해 가고 있습니다. 동물성 지방에서 식물성 지방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요리사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요리에 관해서 그렇게도 자신감이 강했던 요리의 성격이 바뀌는데 그 추구하는 바가 바로 ‘건강’입니다. ‘식(食)’의 포스트모던이란 곧 ‘리오리엔트’로서 “21세기형의 식(食)은 아시아에 있다”는 방향성이 점점 분명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리오리엔트시대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증대를 가져올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 같다. 아시아의 음식하면 중국, 일본이 먼저 나오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세계 경제력의 지배력이 약함이 아닐까 한다. 음식이야말로 인류의 기본이자 경제의 중심인 동시에 인류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온 것이기에 우리나라 역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데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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