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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쉬 민병우
2009/04/30 60568

쉬
저자 : 문인수
출판사 : 문학동네
유독 마음을 써야 할 사람이 많은 5월이다. 이 가운데 그냥 지나치기 힘든 날이 바로 어버이날이다. 다른 기념일이야 상술이 아닐까 하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듯해서 불편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어버이 날’ 만큼은 그동안 부모님께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카네이션 한 송이로라도 내보일 수 있어서 감사한 날이 아닐까 싶다.
문인수 시인의 “쉬”라는 시는 이런 부모 자식 간에 흐르는 나지막한 비밀이랄 까 아님 받은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돌려드리고 픈 철든 어른의 마음이 나타나 있는 것만 같다.]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 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 인 수, “쉬” ---

‘쉬’라는 말을 듣게 되면 검지를 입술 중아에 붙인 채 속삭임을 상징하는 말하는 ‘쉬’와 아랫도리를 벗은 자그마한 아이를 감싸 안고 엄마가 부드럽게 내뱉는 ‘쉬’ 도 떠 오른다.
엄마가 아이에게 오줌을 누일 때 내는 ‘쉬’ 소리는 ‘솨아’ 시원하게 오줌을 누라는 말을 정겹고 사랑을 담아 아이에게 전하는 비밀스럽고 따뜻한 연대감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쉬’소리는 흐르는 물소리를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용히 자식의 쉬를 돕는 부모님, 자신을 지켜주는 어른의 따뜻한 음성이 있는 가운데 편안하게 쉬를 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만, 추억의 창고에 따뜻한 무의식의 기억으로 흐르고 있어 잠시 기억을 잊은 것 뿐 이라 생각한다.
이 시는 문인수 시인이 정진규 시인의 상가를 다녀와 쓴 글로 정시인이 아흔이 넘은 부친을 안고 오줌 누인 사연을 듣고 적어 내려간 시이다.
육체는 비록 늙어 아들에게 의지할지언정 ‘정신은 초롱같아서’ 아들의 도움을 받아 쉬를 해야하는 상황을 혹시라도 부끄러워하실까봐 걱정하는 아들의 배려심이 공감 가는 대목이다.
어린 나를 안고 쉬를 누이던 어버이를 이제는 내가 그렇게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또한 얼마나 가슴 짠한 순간일까? 부디 이런 상황이 나에게는 오질 말길, 만일 어쩔 수 없이 오게 된다면, 더디게 더디게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갚으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 같다.. 내리사랑은 치사랑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고, 우리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아 드려야 도리가 아닐까 하는 되새김의 시간이 되었다

고객놈을 고객님으로 바꾸자
세상에 너를 소리쳐